나폴레옹의 현상금은 어떻게 통조림의 탄생으로 이어졌을까?
군사적 필요가 만든 위대한 혁신
우리가 매일 마트에서 만나는 참치캔이나 꽁치캔, 그리고 각종 과일 통조림은 현대인의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편리한 식품입니다. 유통기한이 길고 언제 어디서나 쉽게 열어 먹을 수 있는 이 통조림이 사실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절박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인류의 역사에서 음식의 보존은 언제나 가장 큰 골칫거리였습니다. 특히 군대를 이끌고 멀나먼 원정을 떠나야 했던 장군들에게 병사들의 먹거리를 상하지 않게 유지하는 것은 승패를 가르는 절대적인 요인이었습니다.
19세기 초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방대한 영토를 정복하기 위해 유럽 전역으로 군대를 진격시켰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군대는 먹고사는 문제와 늘 사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음식이 상하는 것을 막는 기술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전쟁터로 향하는 군인들은 질 나쁜 건빵과 짠 소금에 절인 고기에 의존해야 했고, 이로 인해 영양실조와 질병이 발생하여 칼을 뽑아보기도 전에 병사들이 쓰러지는 일이 부지기수였습니다. 나폴레옹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현상금 내걸고 맛과 신선도를 지켜라
1795년 프랑스 정부는 군인들에게 공급할 신선하고 안전한 식량을 오래 보존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낸 사람에게 엄청난 상금을 내걸었습니다. 당시의 화폐 가치로 무려 1만 프랑에 달하는 막대한 현상금이었습니다. 이것은 오늘날로 치면 수억 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과학자와 발명가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요리사와 발명가들이 썩지 않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주방에서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주인공은 프랑스의 제빵사이자 요리사였던 니콜라 아페르였습니다. 그는 무려 1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실패를 거듭하며 연구에 매진했습니다. 아페르는 음식을 유리병에 넣고 코르크마개로 단단히 막은 뒤 끓는 물에 넣고 가열하는 방식을 고안해 냈습니다.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완벽하게 밀폐한 상태에서 열을 가하면 미생물이 죽고 음식이 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발견해 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류 최초의 보존 식품 가공법이자 현대 통조림의 뿌리가 된 아페르식 보존법입니다.
유리병에서 단단한 금속 깡통으로 진화하다
아페르의 발명은 대단한 성공이었고 나폴레옹의 군대에도 큰 도움이 되었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음식을 담는 용기가 유리병이었다는 점입니다. 깨지기 쉬운 유리병은 거친 군사 작전이나 흔들리는 마차 위에서 쉽게 박살 나기 일쑤였고 무게도 무거워 군인들이 휴대하기에 매우 불편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영국의 발명가 피터 듀런이었습니다. 그는 1810년 유리가 아닌 단단하고 가벼운 금속 캔에 음식을 밀봉하는 아이디어를 특허로 등록했습니다. 철판에 주석을 입힌 양철은 깨지지 않고 가벼우며 열전도율도 높아 대량 생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의 사업가들이 이 기술을 상업화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보는 현대적인 형태의 통조림이 비로소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통조림이 먼저 발명되고 정작 그 깡통을 쉽게 따는 캔오프너는 그로부터 무려 50년이 지나서야 발명되었습니다. 그 시절 초기 통조림을 열기 위해서는 칼이나 망치, 심지어 총까지 동원해야 했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일상에서 똑똑하게 통조림 활용하기
현대의 통조림은 단순히 오래 보관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식탁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식재료 보관소입니다. 마트 진열대에 꽂혀 있는 다양한 통조림들을 어떻게 하면 더 현명하게 고르고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지 몇 가지 실용적인 방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 캔의 외관을 꼼꼼히 살피세요: 깡통이 부풀어 올랐거나 찌그러진 곳이 심하다면 절대 구매하거나 섭취해서는 안 됩니다. 미생물 오염으로 인해 보툴리누스 중독과 같은 위험한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 조리하기 전에 내용물을 씻어내세요: 참치나 햄 같은 가공 캔 식품은 조리 전 흐르는 물에 가볍게 헹구거나 뜨거운 물에 한번 데쳐내면 나트륨과 첨가물을 줄일 수 있습니다.
- 개봉 후에는 즉시 다른 용기에 옮겨 담으세요: 캔을 따는 순간 공기와 접촉이 시작되므로 남은 음식은 유리나 밀폐용기에 옮겨서 냉장 보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통조림에 대한 흔한 오해와 진실
많은 사람들이 통조림이라고 하면 방부제가 가득 들어있을 것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통조림이 상하지 않는 이유는 화학 방부제 덕분이 아니라 완벽한 밀봉과 고온 살균 공정 덕분입니다. 캔 안에 음식을 넣고 공기를 뺀 상태에서 밀봉한 뒤 고열로 쪄내기 때문에 부패를 일으키는 세균이 모두 박멸되어 방부제를 넣을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또한 영양소 파괴에 대한 걱정도 내려놓아도 좋습니다. 열을 가하는 과정에서 비타민 C 등 일부 열에 약한 영양소가 손실될 수는 있지만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같은 주요 영양소는 신선한 식재료와 비교해도 크게 손색이 없습니다. 오히려 제철에 수확하자마자 곧바로 가공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오래 보관된 생채소보다 영양소 보존율이 더 높을 때도 있습니다.
종류별 특성을 살린 요리 활용법
통조림은 그 종류에 따라 특성이 다르므로 요리의 목적에 맞게 골라 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수산물 캔, 육류 캔, 채소 및 과일 캔은 각각의 매력이 있습니다.
- 수산물 통조림: 참치나 꽁치, 연어 등은 이미 조리가 되어 있어 샐러드나 볶음밥, 김치찌개에 넣으면 깊은 감칠맛을 더해줍니다. 참치캔의 경우 기름을 살짝 따라내고 사용하면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 육류 통조림: 런던치나 스팸 같은 햄류는 짭조름한 간이 되어 있어 부대찌개나 샌드위치에 잘 어울립니다.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기름기와 짜기를 빼고 요리하면 건강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 과일 및 채소 통조림: 옥수수나 토마토 캔은 요리의 식감과 풍미를 살려주는 치트키입니다. 토마토 홀 통조림의 경우 집에서 파스타나 스튜를 만들 때 생토마토보다 훨씬 깊은 맛을 내줍니다.
알아두면 유용한 식품 보관과 관리 상식
통조림은 유통기한이 길다는 장점 때문에 구석에 방치해 두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오래 간다고 해도 올바른 환경에서 보관해야 맛과 품질이 유지됩니다. 통조림을 보관할 때는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하며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두어야 합니다. 싱크대 아래나 베란다의 온도가 급격히 변하는 곳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라벨이 훼손되어 유통기한을 알 수 없게 되었다면 보관을 피하고 가급적 빨리 소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비상식량을 준비할 때는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사두기보다는 주기적으로 소비하고 채워 넣는 로테이션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비용 효율적이고 신선한 음식을 먹는 비결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 통조림의 유통기한이 지나도 먹을 수 있나요
- 유통기한은 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이며 캔이 완벽하게 밀봉되어 있고 변형이 없다면 그후에도 일정 기간 섭취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맛과 영양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가급적 기한 내에 드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 캔을 통째로 불에 올려 데워도 되나요
- 절대 안 됩니다. 캔 안쪽에는 부식을 막기 위한 코팅 처리가 되어 있는데 직가열을 하면 이 코팅이 녹아내려 유해 물질이 음식에 섞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냄비나 그릇에 덜어서 데워야 합니다.
- 찌그러진 통조림은 무조건 버려야 하나요
- 가벼운 긁힘이나 미세한 찌그러짐은 괜찮지만 캔의 이음새 부분이 손상되었거나 손으로 눌렀을 때 툭 소리가 나며 공기가 새는 느낌이 있다면 미생물이 침투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아깝더라도 버려야 합니다.
ironrose